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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말씀

2025. 12. 14.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소리(요1)

대림절 셋째주일 말씀묵상

요한복음 1:19-28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제목부터 오늘날 우리가 사람을 규정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거주지, 자가 소유 여부, 직장, 직급... 세상은 끊임없이 "네가 누구냐?"라고 묻으며 우리의 '스펙'과 '위치'를 확인하려 듭니다. 이 끝없는 비교의 굴레 속에서 우리는 안도감보다는 패배감과 불안을 더 자주 느낍니다.

  이번 대림절, 우리는 광야의 세례 요한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얻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친족이자 동년배였음에도, 결코 자신을 예수님과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라." 그는 자신이 주인공인 '말씀(Word)'이 아니라, 말씀을 전달하고 사라져야 할 '소리(Voice)'임을 정확히 알았습니다. 소리의 사명은 뜻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뜻이 전달되고 나면 소리는 공기 중으로 흩어져야 합니다. 소리가 남으려고 하면 소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의 정체성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의 가치는 세상에서 얼마나 높은 자리에 올랐느냐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과 세상 '사이(Between)'에 서 있는 존재들입니다. 위로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옆으로는 이웃을 향해, 하나님의 위로를 전하고 이웃의 기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우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서 내가 주연인가 조연인가"가 아닙니다. "지금 내가 하나님 앞에(Coram Deo) 서 있는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 있다면, 세상의 평가나 지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소리는 사라지지만, 그 소리가 전한 하나님의 사랑과 생명은 영원히 남습니다. 세상의 주인공이 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오실 주님의 길을 닦는 '거룩한 소리'의 기쁨을 누리는 대림절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