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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14.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소리(요1) 대림절 셋째주일 말씀묵상요한복음 1:19-28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제목부터 오늘날 우리가 사람을 규정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거주지, 자가 소유 여부, 직장, 직급... 세상은 끊임없이 "네가 누구냐?"라고 묻으며 우리의 '스펙'과 '위치'를 확인하려 듭니다. 이 끝없는 비교의 굴레 속에서 우리는 안도감보다는 패배감과 불안을 더 자주 느낍니다. 이번 대림절, 우리는 광야의 세례 요한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얻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친족이자 동년배였음에도, 결코 자신을 예수님과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라." 그는 자신이 주인공인 '말씀(Word)'이 아니라, 말씀을 전달하..
20250928 염려의 덫을 넘어(눅12) 누가복음 12장 22~32절요즘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고, 걱정할 일은 자꾸 늘어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누가복음 12장에서 예수님이 "염려하지 말라"고 하실 때 쓰신 헬라어 '메림나오'는 '찢어진다'는 뜻입니다. 염려는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마음이 여러 갈래로 찢어져서 집중하지 못하는 영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마음이 찢어지면 작은 일에도 힘들어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게 됩니다. 왜 우리는 염려할까요? 하나님이 우리를 돌보신다는 사실을 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진다고 느낄 때,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에 눌려 마음이 분열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염려가 우리를 혼자만의 세상에 가두어서 이웃의 필요를 보지 못하..
20250914 바벨탑을 넘어, 우리가 쌓을 탑은?(창11) [창11:1-9] 1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2 이에 그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류하며 3 서로 말하되 자,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 하고 이에 벽돌로 돌을 대신하며 역청으로 진흙을 대신하고 4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5 여호와께서 사람들이 건설하는 그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더라 6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 후로는 그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 없으리로다 7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8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
낮아짐 속에 드러나는 하나님 나라 누가복음 14:1-11안식일에 병든 사람을 고치신 예수님은 규정보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안식일 규정 때문에 망설였지만, 예수님은 지금 당장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할 수 없으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에서는 형식보다 사랑이 우선입니다.잔치 자리에서 높은 자리를 피하라는 말씀도 단순한 겸손의 덕목이 아닙니다. 내가 낮은 자리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자리를 양보한다는 뜻입니다. 서로 양보할 때 공동체에는 경쟁이 아니라 평화가 임합니다.오늘날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직분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낮아져서 섬겨야 하고, 새로 온 성도들을 먼저 배려해야 합니다. 교회의 규정이나 절차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예수님께서 가장 높은 분이시면서도 십자가에서 가..
2025. 6. 22. 바라보는 눈, 머무는 마음 - 누가복음 19:1-10체면을 버리고 나무에 오른 사람삭개오는 세리장이자 부자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지 않았습니다. 로마의 하수인, 동족을 속여 부를 쌓은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는 돈은 많았지만 외롭고, 성공했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살았습니다.예수님이 여리고에 오신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삭개오는 간절했습니다. 키가 작아 사람들 틈에 끼지 못하자, 체면을 버리고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갔습니다. 당시 어른이 나무에 오르는 것은 체통을 잃는 행동이었지만, 그는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올려다보시는 예수님예수님은 삭개오를 쳐다보셨습니다. 헬라어 원문에는 '아나블레포'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고개를 들어 바라보다'는 뜻입니다. 죄인으로 손가락질받는..
20250608 세상 속에서, 새로운 삶으로(행2) 사도행전 2:1-13세상 속에서, 새로운 삶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 기쁘긴 했지만 정작 뭘 해야 할지 몰라 헤맸습니다. 베드로는 다시 물고기 잡으러 가고,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이 올라가신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순절 날,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하늘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고 불의 혀가 내려왔습니다.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이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언어의 기적이었습니다. 각 나라 사람들이 자기 고향 말로 하나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입니다. 바벨탑에서 흩어졌던 언어들이 다시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들이 술에 취했나?"라고 했지만, 그들은 성령에 취했습니다. 세상의 기쁨과는 다른, 나눔과 사랑에서 오는 진짜 기쁨을..
하나 되게 하신 이를 따라, 공동체를 다시 세워가는 길 에베소서 4:1-16 | 부활절 여섯째 주일부활의 기쁨이 일상으로부활절 여섯째 주일, 부활의 기쁨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쁨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감정의 표면에서 일상의 구조 속으로 옮겨가는 과정입니다. 찬양하던 입술에서 살아가는 손끝으로. 부활의 은혜가 삶의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함께 걸을 이들이 필요합니다.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공동체를 주셨습니다.갇힌 자 바울의 공동체 사랑바울은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도 교회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 자신도 공동체 안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기도가 자신의 믿음을 붙잡고 있음을 알았던 바울은 말합니다. "너희가 부르심을 받은 일에 합당하게 행하라."믿음은 고백으로 시작되지만 삶으로 이어지..
주님의 음성을 듣는 삶 주님의 음성을 듣는 삶: 불확실함 속에서 찾는 확신요한복음 10:22-29의 말씀을 바탕으로..불확실함 속에서 명확한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예루살렘 수전절 당시, 유대인들이 예수님께 "당신이 그리스도이면 밝히 말씀하소서"라고 물었던 것처럼, 우리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하나님께 분명한 지시를 구합니다. 진로, 관계,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우리는 하늘에서 뚜렷한 사인이 내려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그러나 예수님의 응답은 우리의 기대와 다릅니다. 직접적인 '답' 대신, 예수님은 '관계'를 내미셨습니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그들을 알며 그들은 나를 따르느니라." 이 말씀은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밝혀주시는 분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시는 분임을..